[전북의소리]“더는 희망도 없다, 죽고 싶다”...가습기 살균제 전북 피해자 450명 절규 '참담'
진단

#1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한 죄인 ○○○입니다. 제가 건강을 위해서 사다 드렸는데 죽음에 이르게 할지는 몰랐는데 결국 사망하셨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가족한테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라고 비난을 받으면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한동안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저는 효도를 더 해드리고 싶은데 해주지 못한 제 마음이 괴롭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2

저는 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의사 선생님이 가습기가 아이에 좋다고 하셔서 가습기 살균제를 이마트에서 구입하여 썼는데 아이가 기침, 천식, 아토피, 비염, 기관지 확장증 등에 시달리며 15살이 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제 손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내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사용했는데 이게 독약이 될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제는 아이와 살아가야할 희망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3
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호흡기 중증 장애 1급을 판정받은 사람입니다. 지금도 끝없는 상담 치료를 포함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빚은 늘어만 가고 이혼을 한 상태에서 혼자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아무 희망과 미련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 참담한 피해 제보 잇따라
10일 오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의 힘들고 처절한 삶을 호소한 사연들이 <전북의소리>에 제보되기 시작했다. ‘전북의소리를 통해 참담하고 참혹한 삶을 세상에 알려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연들이 SNS를 통해 이날 오후까지 제보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폐질환 형태로 발현된 것은 2000년 초기부터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초기 피해 사망자의 대부분은 산모와 영유아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족들, 고통 속 하루하루 살아가

전북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대표 이요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은 폐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많은 경제적 부담과 고통 속에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피해자들은 삶은 포기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대표 이요한 씨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폐를 이식해도 5-7년 정도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심각한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와 국회, 11개의 해당 기업은 피해자들이 요구한 피해 보상금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조정안에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들, 광고 등에 현혹되지 말고 피해 실상 널리 알려주길”
이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당장 필요한 비용에 대해 “주사와 치료비 등에 평균 5,000만원이 필요하고, 폐 이식을 할 경우 2-3차례의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2억 5,000만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여기에 간병비와 기본적인 생활비 등 3억원 정도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에 따라서 3억 5,000만원에서 많게는 7억원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 같은 엄청난 비용 때문에 포기한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 등이 제시한 사망 위자료와 치료비 등 피해 보상 조정 금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현실적인 피해 보상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이유”라고 강조한 그는 언론을 향해 “가습기 살균 참사를 불러일으킨 기업들이 광고 등으로 언론사 기사를 입막음하고 있다”며 “언론들은 광고나 유혹에 현혹되지 말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기업들은 물론 참담한 피해 가족들의 상황을 세상에 널리 알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환노위 간사 안호영 의원 사무실 방문, "현실적 보상안 요구" 예정
이날 전북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1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 사무실을 방문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피해 배상 요구안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데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원안대로 책정해 줄 것을 강력히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안 의원을 대신해 안 의원 측근 보좌관을 만나 전북지역 피해 사례들을 알리고 현실적인 피해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촉구하기로 했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전북지역 5개 시민사회단체 지난해 6월 14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에 더 있을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는 데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전북에서는 지난해까지 진안을 제외한 13개 시군에서 240명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17명이 구제 인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최근 피해 신고가 늘어 전체 피해자가 450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전국 70여만명, 전북지역 450명...정부 소극적 조사·대응

최근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전국적으로 70여만명 이른다. 전북지역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는 450여명에 달한 가운데 사망자 수는 250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년 전인 2020년 7월 27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67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피해 신고는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조사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당시 서울 중구 포스트 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규모에 대한 '정밀 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로 건강이 악화된 사람이 약 67만 명으로 추산된다"며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9년간 접수된 피해자는 6,823명으로 추정 피해자의 약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밝혀 많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당시 조사는 전국 만 19세부터 69세까지 성인 남녀 1만 5,400명(5,000가구)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이날 특조위는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병원에서 특정 질병으로 진단 받은 피해자는 약 9만명으로 추산되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병에는 간질성 폐 질환과 폐렴 등 폐 질환과 피부 질환, 천식, 심혈관 질환, 간 질환 등"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숨진 사람이 1만 4,000명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정부에 접수된 사망자 수는 1,553명으로 추산 결과의 약 1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조위는 정부의 적극적인 피해자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환경·시민단체 “가습기 살균 참사 피해자 전원 보상을 위한 대선 공약” 촉구

이처럼 큰 피해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최근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촉구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 1월 26일 서울 종로 SK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환경·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선 후보들과 소속 정당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전원 보상을 공약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박혜정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대표는 “정부가 안심하고 사용하라고 국가가 품질을 인증한 KC마크를 부여했고, SK 등 기업은 가족의 건강과 심신의 안정을 위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라고 홍보했다”며 “이들은 대국민 사기극의 공범자이며 국민은 가해 기업의 무한 이윤 추구와 이를 묵인 방조한 정부에 속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죄로 가족을 잃고, 가정과 경제가 파탄에 이르러 가족을 죽였다는 자책과 각종 질환에 몸부림치는 가족과 그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억의 빚을 지거나 죽음을 방치해야 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모인 피해자와 가족들은 “SK 등 가해 기업들은 무죄라며 책임을 외면하고 있고 정부 역시 두 손을 놓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 언론은 물론 정부와 국회, 자지체와 피해를 입힌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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