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전북의소리]두 개의 암과 투병 중인 장점마을 문병준씨

jbsori 2021. 1. 2. 16:28

[르포 & 인터뷰] 암 투병 19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19년의 집단 암 투병...익산 장점마을을 가다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17명이 암으로 사망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일이 19년째 지속되는 익산 장점 마을

19년의 집단 암 투병...익산 장점마을을 가다

장점마을 입구(멀리 비료공장이 있는 마을 뒷산이 보인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장점마을에는 너른 평야를 좌우에 두고 길게 뻗은 길을 중심으로 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 입구 표지석에서 신호등도 없는 폭이 좁은 도로를 건너 작은 터널 하나를 지나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온다. 약 500m를 오르면 오른편으로 파란색 슬레이트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이다. 2001년 7월 가동을 시작해 2017년 4월 문을 닫았다. 금강농산은 담배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을 이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제1군 발암물질이 발생했다. 금강농산에 연초박을 제공한 KT&G나 금강농산에서 비료를 납품받은 풍농, 그리고 익산시가 모두 손 놓고 있는 사이 주민들은 발암물질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었다.

 

장점마을 뒷산에 위치한 비료공장의 외부모습

 

한 때는 인심 좋고 공기 좋은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주민들은 집안 대소사가 있는 날이면 마당이 주차장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자녀들은 하루도 채 머물려 하지 않고 고향을 떠나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늘어 지금은 텅 빈 집들이 늘고 있다.

 

마을 뒷산 금강농산이 들어선 2001년 이후 근심과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24시간 가동됐던 금강농산은 여러 의미로 빠르게 마을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악취나 오수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작은 마을이 공장 문제 해결 방법을 놓고 반으로 쪼개졌다.

 

장점마을만이 아니라, 근처의 50m 가량 떨어진 장고재마을에서도 주민 60여명 가운데 10여명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비료공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암물질을 배출한 때문이다. 또 주민 50여명이 모여 있는 왈인마을은 8명이 암에 걸렸고, 3명이 숨졌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장점마을을 암으로 뒤흔든 흉물스런 비료공장에서 세월호 모습이 아른거린다

 

모두 장점마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농촌 마을이다. 전체 주민들의 20% 정도가 암에 희생이 된 셈이다. 가끔 주민과 공장 간 다툼이 벌어졌지만 큰 소동은 드물었다.

 

그 사이 마을 주민 문병준 씨(75)는 2012년 위암을 얻었고, 부인 손평숙 씨(74)는 2017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지금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리고 마을의 수많은 사람이 아프거나 죽었다.

 

장점마을 입구에서 만난 문병준 씨. 원망스러운 마을 뒷산 비료공장을 가르키고 있다.

 

문 씨는 올 5월 전립선암까지 판정을 받아 위암에 이어 두 개의 암과 싸우고 있다. 2019년 11월 환경부는 690쪽에 달하는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 금강농산이라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목숨을 증거 삼아 얻은 결과였다.

 

농업용수로 쓰는 소류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밭과 논에서 나는 농작물이 형편없이 망가졌을 때도 꿈쩍 않던 지자체가 보고서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익산시장과 전북 도지사, 지역구 국회의원, 환경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사과가 이어졌다.

 

그러나 1년 후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거대한 행정기관들과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놓였다.

 

장점마을 주민들 “사태 책임지고 피해배상에 적극 나서라”, 같은 날 익산시장 “전주대대 이전사업 당장 철회하라?”

장점마을 노인당 앞에 세워진 후속대책 추진상황 표

 

지난 2001년 이후 2017년까지 익산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으며 최근 사망자가 총 1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 익산 장점마을에 대한 문제가 2020년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도마에 올려졌다.

국정감사 초기부터 장점마을 암 집단발명 문제가 쟁점이 됐지만 사과와 책임은커녕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와 전북도, 익산시, KT&G의 안일한 대처가 빚어낸 환경참사라는 데는 여야의 이견이 없었지만 장점마을의 고통은 여전하다. 환경부의 역학조사와 감사원 발표를 통해 지자체의 관리 소홀이 드러났지만 제대로 책임지는 곳이 없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지난 10월 26일 “전북도와 익산시는 암 집단 발병 사태에 대한 피해 배상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마을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재철, 이하 대책위)는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은 기업의 탐욕과 공공기관의 무책임이 빚어낸 참사”라며 “전북도와 익산시가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 재판으로 가지 말고 이달 28일 민사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장점마을 노인당 입구

그러면서 대책위는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이고 피해배상 관련 소송을 마무리해야 한다”며“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은 다수의 주민이 암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하고 있는데 소송 말고는 피해배상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며, 행정기관의 잘못에 대한 책임 인정과 다시는 장점마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길 원해서”라고 주장했다.

이날 최재철 대책위원장은 “장점마을 주민들은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책임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해 안이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계속 가져간다면 모든 방안을 세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험난한 여정이 마을 주민들에게 놓여 있음을 예고했다.

 

대책위는 지난 7월 14일 전주지방법원에 익산시와 전라북도를 상대로 170여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먼저 민사조정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2020년 10월 26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하필 이날(10월 26일) 정헌율 익산시장은 박준배 김제시장 등과 함께 전북도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 끝자락 도도동 일원에 2019년 1월 군 항공대대 조성이후 헬기 이착륙 및 전주 상공이 아닌 김제와 익산시 상공을 비행하면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과 진동으로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 발생 및 일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와 더불어 "전주시에 정당한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한 만큼, 만일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익산ㆍ김제시 차원의 범시민서명운동 및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싸늘한 눈총을 받았다.

 


인터뷰] 암을 두 개나 지니고 사는 문병준 씨

“연초박 제공한 KT&G, ‘서류에 따랐을 뿐 공장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

장점마을 뒷산에 자리한 비료공장

주민 3분의 1이 암을 겪고 20명 넘는 주민들이 암으로 죽은 마을. 발암물질을 내뿜던 비료공장 때문이었다.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은 17년 싸움 끝에 정부(환경부)로부터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받았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1년 들어선 비료공장 금강농산에서 비롯된 악취와 오염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지 17년 만인 2019년 11월에야 결실을 보았지만 이미 많은 주민들이 사망한 이후였다.

당시 환경부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금강농산과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정부가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한 첫 번째 사례였다.

금강농산은 담배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을 이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했고 이 과정에서 제1군 발암물질이 발생해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장점마을 뒷산에 2001년 들어선 비료공장(금강농산)

2001년 이후 2017년까지 익산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으며 최근(2020년 10월) 사망자가 총 1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 익산 장점마을. 지난 늦가을, 장점마을을 찾아 보았다. 도대체 19년 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궁금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띈 집은 대문이 환하게 열린 마을 입구 첫 번째 집이었다. 밖을 서성이며 사진을 열심히 찍는 필자에게 다가와 “또 어디서 오셨어요?”라며 자주 하던 말씨처럼 다정스레 말을 던지는 그는 올해 나이로 75세인 문병준 씨였다.

그는 암을 하나도 아닌 두 개가 지니고 있는 암 환자였다. 다소 지친 듯 힘들어 보인긴 했지만 전형적인 농부였다. 마을기업 ‘세모전자’를 운영하는 문 씨는 부인 손평숙(74) 씨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젊었을 때 서울에서 직장 때문에 30여 년 외지생활을 하다 1988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와 전기사업(시위치 제작 등)을 하고 있는 농부 겸 사업가이다. 그런데 그에게도 암이라는 병이 찾아 온 것은 2002년.

위암이 찾아와 수술을 받고 마을에서 재활하며 생활을 하고 있말는데 심한 악취와 먼지로 도무지 하루를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냈다고 한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전북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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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암과 투병 중인 장점마을 문병준씨 - 전북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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