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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소리] 왜 친일 청산은 늘 '진행형'일까?

jbsori 2020. 8. 16. 07:37

비평&진단

 

한국 사회에서 ‘친일’ 문제만큼 뜨거운 논쟁거리가 있을까?

 

오늘로 광복절 75주년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친일에 관련된 논쟁은 뜨겁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해방 직후 가장 먼저 처리 됐어야 할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다.

 

그런데 헌정사상 초유의 촛불시민혁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서 기인한 친일 적폐세력에 대한 청산 열망이 그 원천이었음은 가히 역설적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구성되고 친일파에 대한 반민족 행위 처벌을 위한 조사활동이 있었지만 혼란스러운 당시 정세 속에서 반민특위의 활동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은 뼈 아픈 역사의 과오다.

 

친일 청산이 그 때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현재 상황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늘 같다. 기득권을 대물림하며 권력과 재력을 지배하기 위해서 친일 청산 반대에 앞장서며 수미일관되게 반대 논리를 주장해 온 친일 세력들 때문이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해방 직후 상황을 복기해 보면 분통이 터진다. 당면 과제가 일차적으로 자주적인 통일정부의 수립이었던 당시,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에 반민족 행위를 저지른 친일파의 청산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다.

 

그러나 친일 세력은 미국과 미군정의 보호정책으로 부활하여 사회 각 분야의 요직을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민특위는 친일 청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부 수립을 앞두고 해방에 기여한 애국선열의 넋을 위로하고 무너진 민족정기와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설치되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반민특위는 설치 목적에 따라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얼마 못가서 친일 세력과 이승만 등 기득권 세력의 비협조, 방해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좌초되고 만다.

 

오히려 친일 세력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은 이들이 대한민국 지배 세력으로 군림하기에 이른다.

 

이승만-박정희-이명박-박근혜, 친일 청산 방해공작 대물림

 

결국, 이승만 정부의 방해공작으로 반민법의 공소시효는 1950년 6월 20일에서 1949년 8월 말일로 단축됨에 따라 친일 청산은 실패에 그쳤다. 그 이후 박정희 정부는 일본의 자본을 차관해야 한다는 명목 등으로 친일 청산에 대한 논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지지부진을 거듭해 온 친일 청산 과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더욱 험난한 암초를 만나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인터넷 토론 게시판을 활용하여 ‘친일사전 발간이 노리는 목적’ 등의 글을 게재하며 친일 청산을 방해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박근혜 정부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건국절 논란을 촉발시킨 행위를 일삼았다.

 

사회의 정의가 무너지고 질서와 가치관이 혼란에 빠지고, 이기주의와 부정부패, 지역주의, 토호세력이 횡행하는 토대를 제공한 요인들이다. 오랜 군부 독재정권에 의한 뼈아픈 역사적 과오는 바로 친일 청산의 대과업을 이루지 못한데서 기인한 결과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친일 청산 문제는 중요하게 논의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적폐의 똬리를 틀고 지금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일제 강점기에 창간해 친일 반민족 행위에 앞장서 왔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무엇이 친일 청산을 가로 막는 장애물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아직도 친일ㆍ친독재가 어깨를 활짝 펴고 사는 이 나라에서 소통 채널의 최고 역사임을 참칭하는 언론사들이 바로 친일 세력과 궤를 함께 하고 있는 현실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올바른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는 현저하고,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친일 청산을 얼마나 해왔던가?

 

친일 청산 문제가 불거지면 면책과 책임을 놓고 갑론을박을 거듭해 왔지만 진지하게 성찰되지도 처벌되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런 물음이 제기될 때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책임과 처벌을 흐리게 만드는 반대 세력들의 물 타기 여론이 기승을 부리며 분열과 혼란을 부추겨왔다. 보수 참칭 언론들은 그 중심에서 여론을 호도했다.  

 

친일 청산만 거론되면 등장하는 색깔론, 망각론, 피해론, 국론분열론

 

해방 이후 친일파 처리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반대 논리는 크게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친일파 숙청 방향을 흐리는 경향은, "친일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한 행위"라는 '불가피론', 그리고 친일파 문제를 이념대립으로 바꾸려는 이른바 ‘친일파 처벌=사회혼란론' 등이 대표적으로 작동해 왔다.

 

지난 2004년 9월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학술단체협의회 정책토론회 '한국 근현대사 속의 친일의 의미와 친일파 청산운동의 필요성'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를 옹호하고 청산 작업을 반대하는 의견이 유형별로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그 유형들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것이 '색깔론'이다.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는 집단을 '빨갱이'라고 주장하는 색깔론은 해방 이후 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 주장은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가장 자주 올라오는 친일청산 반론 중의 하나로, 친일 청산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또 다른 유형으로는 '공과론'이 있다. 이것은 "비록 한때 친일을 했더라도 민족에게 끼친 공로가 많으니, 한 때의 친일로 한 인간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또 '공범론'이 있는데, 이것은 "그 때(일제 강점기) 친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이다. 일종의 물타기 논리다.

이밖에 '망각론'은 "과거는 흘러갔다"는 논리로 "당사자들도 대부분 다 죽은 상황에서 친일 청산은 궤변"이라는 주장이다.

이 외에 '범부피해론' 또는 '호구책론'은 "권력의 강제에 의해 친일을 했기 때문에 연약한 개인(범부)이 이를 감당하기엔 무리였다"는 주장이다. 

'직분충실론' 또는 '희생론'은 "민족 언론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했다"는 논리이며, '순교자론'은 당시 자신들의 친일 행위를 "민족의 선각자로서 겪어야 했던 수난"이라고 주장하는 ‘역사의 순교자=희생자’라는 논리다.

또한 '연좌제 부활론'은 "이제 와서 친일파 명단을 거론하는 것은, 죄 없는 후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는 논리이며, '국론분열론'은 "친일 청산은 약육강식의 세계화 시대에 민족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하는 불필요한 담론"이라는 주장이다.

이밖에 '정치적 음해론'은 "정치권에서 종종 나오는 야당 정치인을 음해하기 위한 정치적 모략과 결합된 음해"라는 주장이다.

 

이 모두가 친일 청산을 못하게 만든 해괴한 주장과 논리들이다.

 

‘친일 청산’, 사회 제반 문제 해결하는 데 중요 과제, 왜?

 

이러한 주장과 논리에 함몰돼서는 절대 친일 청산도 적폐 청산도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따라서 친일 청산이 갖는 미래 지향적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친일파의 처리 문제는 일제 강점기 반민족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처벌하여 무너진 민족 기강을 바로 세우고 사회 정의를 확립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방 후 지금까지 나타난 민족문제, 사회문제의 발생 근원에까지 닿아 있기 때문이다.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심판과 일제 잔재의 처리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전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과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촛불 정권은 친일 적폐세력을 청산하려는 의지를 강조하며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행사에서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이 독재세력으로 이어지고 민주공화국을 숙주로 삼아왔다”고 선언하며 친일 청산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 친일 잔재가 아직도 산재해 있다. 전북지역만 해도 100건이 넘는 친일 잔재물들이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지만 광복 76주년을 맞는 지금도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 

 

개혁과 청산, 무관용 원칙으로 동시에 진행돼야

 

북유럽이 ‘나치즘 무관용’이라는 원칙 아래 파시즘을 청산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 크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지속적으로 친일에 대한 관심을 두고 친일파에 대한 무관용적 태도를 유지하며, 무조건적인 분노가 아닌, 친일의 잔재에 대한 분명하고 올바른 평가와 청산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도 이러한 차원에서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올해로 창간 100년을 맞는 조선ㆍ동아일보의 일제강점기 반민족적 친일보도와 현대사를 얼룩지게 한 독재 찬양, 반민주, 반노동 보도는 헤아릴 수 없다.

 

지금도 그들의 왜곡보도는 친일 세력과 궤를 함께 하며 현재 진행형이란 점에서 개혁과 청산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친일 청산 과제를 75년 동안 지체해 온 대가가 그동안 얼마나 혹독했는지는 역사가 잘 일러준다. 더는 지체 없이 수행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그 책임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있다. 

 

/박주현 기자  ※<사람과 언론> 제8호(2020 봄호) 게재 글 일부를 수정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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