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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소리]“일할 사람이 없어...” 소멸되는 농촌

jbsori 2020. 10. 4. 15:24

[르포] 붕괴의 농촌 현장

지리산 둘레길 1코스에서 마주한 마을 집.   

 

남원 주천과 운봉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 1코스를 걷다보면 크고 작은 마을들을 접할 수 있다.

지리산 정령치 아랫마을은 이름도 독특하여 외우기도 쉽다. 내송마을, 노치마을, 덕산마을, 행정마을 등 15킬로미터를 잇는 구간은 주로 들길이어서 가는 곳마다 농부들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10월 2일. 한가위 대명절이 하루 지난 이곳 풍경과 민심을 찾아가 보았다.

 

코로나19 이후 썰렁해진 농촌마을, 인심 ‘흉흉’

 

지리산 정령치 아랫 마을들은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썰렁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 채비를 하느라 바쁜 농부들의 모습이 보여야 할 텐데 논이며 밭이며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다.

어딜가나 수확하지 않은 감과 밤 등 과일들이 주렁주렁 무겁게 매달려 있다.

 

아직 민속 대명절인 추석 연휴기간이지만 마을 전체가 고요하고 썰렁하다.

더욱이 이날(2일)은 ‘노인의 날’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농촌지역 마을회관들은 이장단과 마을사람들이 모여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며 위로와 감사를 표하는 훈훈한 잔칫날이었다.

 

그런데 한가위 명절 연휴기간인데도 마을회관마다 냉랭하기만 했다. 아무도 없는 곳이 태반이었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 동네에 코로나19 때문에 외지에 사는 가족과 친지들이 오지 않은 탓"이라고 어렵게 마주한 마을 사람은 말한다.

그는 "이웃집이나 마을회관에 가지 말아 달라는 자식들의 (전화)성화에 못 이겨 마을회관이고 이웃이고 통 외출을 자제하는 풍토가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농촌마을을 더욱 썰렁한 분위기로 만든 원인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람 죽어도 사람 없어 장례 치르기 힘들어”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들이 농촌의 마을마다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심지어 마을에서 상을 당했는데도 장례를 치를 사람들이 없어 애를 태우는 경우도 있다.

 

"농사일을 15년 째  혼자 하고 있다"는 운봉에 사는 한 노인(83세)은 "사람이 죽어도 코로나로 사망했는지 의심부터 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가집 근처에 사람들이 얼씬 조차 하지 않는다”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농촌인심이 흉악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은 "가뜩이나 발길이 뜸한 자식들이 코로나를 핑계대고 1년 내내 찾아오지 않는다"며 푸념했다. "몇 년 전부터는 미처 수확을 다 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즐비하다"고 말한다.

둘레길에 나뒹구는 잘 익은 밤들.  

 

그래서 그런지 농촌 마을마다 집과 논밭, 야산의 밤나무, 감나무 등에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붙어있는 과일을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는 곳이 즐비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어쩌다 마주하게 되는 농부에게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접근하면 예전과는 다르게 경계부터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수상한 사람으로 간주하거나 기피대상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코로나19가 농촌마을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심을 가져갔다는 볼멘소리가 황금 들녘 곳곳에서 새나온다.

“동네 사람들도, 자식들조차도 멀리하게 하는 이놈의 몹쓸 세상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랑가?”

지리산 아랫마을 사람들의 장탄식은 한가위 명절 내내 끝날 줄 몰았다.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줄줄이 도시로 나가 살면서 농촌을 지키는 토종 농민들은 대가 끊길 위기다. 사람이 살지 않아서 흉물로 방치된 집들이 마을마다 먼발치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많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농촌의 소멸이 곧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농촌 미래 암울하게 하는 인구이동 가속 현상 

텅빈 마을 텃밭. 

 

전국에서 농촌지역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한 전북의 인구가 20년째 수도권과 인근 대도시로 집중 순유출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농촌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음이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전북은 전주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시군에서 20년간 한 두 해를 제외하고 계속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청년층이 유출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청년들이 머무르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던 도내 지자체장들과 정치인들의 약속이 공염불이라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농촌지역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근본마저 흔들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또 젊은이들의 도시 진출로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흔하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00년 이후 20년간(2000~2019) 전북도 인구이동 추이'에서도 잘 드러났다. 지난해 전북의 총 이동자 수는 22만 9,000 명으로 20년 전(35만 1,000 명)에 비해 34.8% 감소했다. 이동률 역시 지난해 16.5%로 20년 전에 22.7%였던 것에 비해 6.2%p 하락했다.

 

20년 동안 서울과 경기로 가장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다. 눈에 띄는 변화는 1인 가구의 이동건수가 20년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도 내 이동규모별 1인가구 이동건수 비중이 전체의 71.4%를 기록하면서 2001년 56.7%에 비해 20년 새 14.7%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와 농촌 모두 갈수록 1인가구 비중이 늘고 있음을 방증한 결과다.

 

젊은 연령층 전출 두드러져 '농촌 붕괴' 가속화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

 

연령별 순이동을 보면 최근 20년간 10대~30대 연령층에서의 전출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북에서는 50대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순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10대(-1,290명), 20대(-9,689명), 30대(-2,130명)의 순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의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을 위해 타도시로 게속 빠져나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주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 특히 익산시와 남원시, 정읍시의 경우 2000년 이래 지속적인 인구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농촌과 지방의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음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최근 20년간 10대~30대 연령층에서는 전출이 많았다는 점, 전북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은 10대, 20대 연령층에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로 20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전북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촌인구였지만 인구감소와 심각한 고령화 현상으로 향후 20년 후인 2040년에는 농촌인구 비율이 8%대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전체 인구 대비 57.4%였던 농촌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18.4%로 감소한데 이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농촌 소멸·붕괴’ 막으려면...

일할 사람이 없는 농촌마을

 

산업화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도시로의 이농, 농촌·농업 소외 정책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탓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로 인해 '농촌 붕괴'는 '농촌 소멸'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귀농·귀촌 붐으로 농촌 인구가 다소 정체국면이긴 하지만 심각한 고령화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농촌 인구가 80%를 넘어서면서 '농촌의 양로당화', ‘농촌 붕괴’, '농촌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농촌 붕괴와 소멸라는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농촌지역은 귀농으로 도시민과 출향인들의 유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농촌 공동화와 고령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농촌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농촌을 재생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식량과 환경의 보고인 농촌의 소중한 가치가 소멸되지 않도록 치밀하고 합리적인 전략과 집중적인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촌의 소멸이 금세 현실로 다가오고 말 것이다. 통계와 현실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지만 말고 당장 소멸과 붕괴로 치닫고 있는 농촌마을을 찾아가길 바란다. 해답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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