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소리
[전북의소리]"문해력?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허술한 기사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 키우는 게 더 중요" 본문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난 8월 한 카페에서 공지문에 ‘심심한 사과’란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되었다. 일부 네티즌이 ‘심심한’이라는 단어 의미를 재미없다거나 지루하다의 의미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전에도 있었다. 논란이 벌어지자 문해력이 부족하다거나 한자 교육 부족 문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심심한 사과’ 논란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을 들어보고자 지난 8월 29일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신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심심한 사과' 논란, 마치 도돌이표 악보 노래 반복하는 것 같아"

- 최근 한 카페 행사 공지문에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이었는데 교수님은 이 논란 어떻게 보셨어요?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한 웹툰 작가의 사인회 행사가 있었는데 예약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게재한 사과문이 발단되었어요. 사인회에 가려던 사람들이 화가 났겠죠. 그러면서 ‘심심한 사과라니 어떻게 심심하게 하냐’라고 했죠. 제가 볼 때 비꼬아 얘기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뒤에 사람들이 또 그걸 대댓글 달거나 혹은 어떤 사람은 모르고 혹은 어떤 사람은 비꼬는 데 동조해 이야기하면서 ‘심심한 사과’ 문제가 번져나가게 되었어요. 이 논란을 보면서 이게 과연 생산적인 논란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 논란이 처음이 아니어서 마치 도돌이표가 있는 악보의 노래를 무한 반복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왜요?
“왜냐하면 이게 이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전에도 여러 번 이런 비슷한 논란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2020년에도 광복절 연휴가 사흘이 있었는데 댓글에 ‘아니 3일인데 왜 사흘이라고 쓰냐’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흘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문제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고요. 또 한 대학에서 교수님이 ‘금일 몇 시까지 리포트 내시오’라고 했는데 금일이 금요일인 줄 알고 늦게 낸 학생이 항의하는 일이 있어 논란이 됐던 경우도 있고요.
또 한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는 가제를 ‘가재’ 즉 랍스터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꼭 이런 얘기가 나오면 ‘요즘 애들은 기본적인 단어도 몰라. 이게 다 한자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지. 그러니까 한자 교육을 해야지 그리고 독서를 안 하니까 문제지’라고 하고 더 나아가 문해력 문제를 지적하면서 ‘글자를 알면 뭐 해 실질 문맹률이 75%라는데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 문맹률이 75%라고 했는데 그게 맞나요?
“정확히 말해서 '실질 문맹률이 75%다'라고 합니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데 문해력이 낮아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비율인 실질 문맹률이 75%라고 얘기하면서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얘기 하죠. 그런데 기자님 말씀하셨듯이 정말 실질 문맹률이 75%라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 이상해요.
“'실질 문맹률이 75%' 들어보셨죠. 그런데 실질 문맹률 75%를 들으면서 기자님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이런 마음일 것 같아요. ‘왠지 글자는 알지만,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좀 떨어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과연 75%일까? 그건 좀 과한 거 아니야 정말일까’란 생각이 동시에 들죠.”
"마치 우리나라 성인들 전반, 문해력이 매우 낮은 것처럼 얘기"

- 75%는 어디에서 나온 건가요?
“이게 정말 놀라운데요. 75% 실질 문맹률의 근거가 됐던 조사가 언제 이루어진 조사일까요? 2001년에 이루어진 조사입니다. 즉 무려 21년 전에 이루어진 조사예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2003년, 관련된 정부 보고서가 나온 것은 2004년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조사할 때 문해력을 세 영역으로 나누어서 측정했어요. 첫 번째 문해력은 산문 문해력입니다. 산문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해서 활용하는 능력이에요. 두 번째 영역이 문서 문해력이라고 합니다.
양식이 있는 문서나 도표. 지도, 열차 시간표 등 다양한 형태의 문서에 포함된 정보를 찾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죠. 그다음 세 번째 영역이 수량 문해력이에요. 대출 이자 계산 등 인쇄된 자료에 포함된 숫자 계산하거나 수학 공식 적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입니다. 세 영역으로 나눠서 문해력 점수를 측정한 다음에 각 영역별로 점수에 따라 단계를 설정해요.
4단계로 나누죠. 여기서 1단계가 가장 점수 낮고 가장 점수는 4단계예요. 그런 다음에 각각의 들어가는 사람들의 숫자에서 비율을 따졌어요. 그렇게 따져보니 1, 2단계에 속한 사람, 즉 문해력이 낮은 사람의 비율이 75%라고 얘기한 게 실질 문맹률이 75%의 의미입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문해력의 영역이 세 영역이라고 했잖아요. 75%의 실질 문맹률에 바탕이 된 건 그중에서 딱 하나 문서 문해력 영역이었어요.
문서 문해력 부분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하위권에 속하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산문 문해력이나 수량 문해력의 경우 그렇지 않았어요. 1, 2단계를 보인 성인의 비율이 훨씬 낮았고 이는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중위권에 속하는 결과였어요. 결국, 실질 문맹률 75%는 세 영역 중에서 한 영역에만 해당하는 것을 침소봉대해서 마치 우리나라 성인들의 전반적인 문해력이 매우 낮은 것처럼 얘기한 거죠.”
- 왜 그랬을까요?
“왜 그랬을지 잘 모르겠는데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까 2001년 조사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이게 연구물로 출간된 것은 2003년입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이 2004년 12월에 ‘2004년 한국의 교육인적자원 지표’를 발간합니다. 언론이 언급하는 자료가 바로 이 보고서에 기초를 둔 것입니다. 그런데 2004년 보고서에는 문해력 부분에 문서 문해력의 단계별 성인의 비율만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산문 문해력이나 수량 문해력 조사 결과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죠. 즉, 문해력 하위 영역 점수 중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영역 결과를 다른 나라랑 비교해서 하위 수준이라고 얘기한 거예요. 그리고 그 수치를 가지고 실질 문맹률 75%를 언급한 것이죠.”
-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에 문해력 언급한 거 같은데 마찬가지인가요?
“대통령이 언급했던 건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거고요. 지난 8월 22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방안’을 보고받고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체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문해력이라고 했지, 문해력이라고 안 했잖아요. 그런데 디지털 문해력은 사실 또 다른 스토리가 있어요.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2021년 작년에 OECD에서 보고서가 하나 나왔어요. 그게 뭐였냐면 전 세계 79개국의 만 15세 청소년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비교한 겁니다. 이 디지털 문해력의 현주소가 어떻게 되는지 국가 간 비교 하자고 해서 79개 국가 대상으로 조사 했어요. 디지털 문화력에서 대한민국 15세 청소년들이 몇 위 정도를 했을까요?”
"디지털 문해력에서 바닥을 보인 이유 따로 있어"
- 상위권 아닌가요?
“불행히도 하위권이었습니다. 이상하죠. 왜냐하면 디지털 문해력 측정하는 건 보통의 문해력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글을 읽고 이해하고 도표 읽고 보고 이해하고 숫자를 보고 이해하는 것들이 아니었고 디지털 문해력에서 바닥을 보인 이유가 따로 있었어요.
디지털 문해력에서 중요한 건 디지털 상황에서 많은 정보가 오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스마트폰 통해서 정보를 보는 건 굉장히 잘하죠. 그런데 문제는 이 정보의 신뢰성을 측정하는 거예요. 신뢰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식별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디지털 문해력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 문맹률 75%는 2001년 조사에서 문서 문해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뒤 조사된 건 없나요?
“2011~2012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2년에 출간된 OECD 24개국 성인의 문해력을 비교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매 3년마다 만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력 조사를 실시합니다. 가장 최근의 것은 2020년 조사 결과입니다.
2013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문해력은 24개국 평균 수준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이후 조사되고 있는 성인 문해력 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이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2020년 조사 결과를 보면 문해력이 수준 1, 2를 보이는 성인은 8.7%에 불과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79.8%가 최고 수준인 수준 4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 한자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아요?
“한자 교육의 문제는 다시 앞으로 돌아가는 문제인데 그러면 한자를 배웠다고 모두 해소 될까요? 여태까지 논란이 됐던 단어들 보면 ‘가제’라는 단어도 있고 그다음에 중고등학교에서 어떤 선생님께서 ‘너 참 이지적이다.’라고 했더니 ‘네 제가 쉬워 보인다고요?’라고 했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 있었거든요. 환자를 배웠다면 이 지적에 이지가 무슨 한자인지 아시나요? 모르죠. 심심한 사과와 심심하다의 심심이 무슨 한자인지 아세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혼종...네 가지가 모두 한국어 단어"
- 마음 심에 깊을 심 아닌가요?
“아닙니다. 첫 번째 심은 심할 심이고, 두 번째 심은 깊을 심자예요.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문제가 뭐냐면 한자를 몰라도 우리가 심심하다는 단어가 1번 뜻은 이거고 2번 뜻은 이거란 걸 알고 이거 알면 한자가 뭔지 몰라도 문제가 없다는 거잖아요. 기자님도 그 단어의 한자를 알아서 그 단어의 뜻을 아는 게 아니라 ‘심심하다’에서 재미없다는 심심하다고 있고 그다음에 마음의 표현이 깊고 간절하다는 심심하다가 있는 걸 아는 거지 한자 자체를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한자를 안다 모른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드러납니다.”
-그러면 한자 문제가 아닌 거죠?
“한자를 배우면 물론 좋죠. 한자 교육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에요.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더 어려운 단어를 습득하기 하는데 쉽게 습득하려면 그 뜻을 알고 습득하면 훨씬 더 빨라집니다. 그러면 한자를 공부하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단어를 빨리 쉽고 효율적으로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자를 안 배운다고 해서 한국어 단어를 습득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 한자를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한자를 국어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사실 한자와 우리말이라고 얘기 하면 또 문제가 있는 거죠. 한자가 아니고 한자어죠. 한자는 문자예요. 그리고 한자어는 한국어 단어 중에서 한자 가지고 단어를 한자어라고 하거든요.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꾸셔야 될 거예요.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한자어를 한국어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셨나요.‘라는 걸 텐데 이것도 질문이 문제가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어 즉 우리말을 구성하는 단어 중에는 그 단어의 기원에 따라서 네 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유어고요. 두 번째는 한자어, 세 번째가 외래어예요. 그다음에 네 번째는 혼종이라고 해서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가 서로 섞여서 만들어진 단어죠. 이 네 가지가 모두 한국어의 단어입니다. 그러나 한자어도 우리말이기 때문에 바꿀 필요가 없고요. 한자어는 한국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자어를 한국어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 무의미한 건가요?
“무의미하죠. 그러니까 심심하다는 한국어인가요 아닌가요?”
"문해력 교육,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허술한 기사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 키우는 게 더 중요"

- 한국어죠
“그렇죠. 그런데 한국어 단어인데 그 단어가 기원이 어디서 왔나를 따지는 것뿐입니다. 예를 들어서 버스는 한국어인가요. 아닌가요?”
- 영어 아닌가요?
“아니죠. 한국어죠 버스는 한국어죠 그런데 그 기원이 영어에서 온 거죠. 컴퓨터 한국어잖아요. 한국어 사전 찾아보면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한국어인 거예요. 그건 헷갈리면 안 된다는 거죠. 그런데 많은 사람이 문자와 언어를 헷갈려서 심심하다가 이미 한글로 쓰여 있는데 한글을 써야지 왜 한자어를 쓰냐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주장은 이렇게 바꿔야 합리적입니다. ’한자어는 어렵다. 한자어는 동음이의어도 되게 많아서 문제다. 반면에 고유어는 훨씬 더 일상적이고 뜯어서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단어들이 훨씬 많다. 그러니까 왜 어려운 말을 쓰느냐 좀 더 쉬운 말을 쓰지,‘라고 주장하는 거라면 일부 맞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 아까 교수님은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된다고 하셨잖아요, 이 같은 논란이 더 이상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우리가 누군가 비판하려면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되잖아요. 우리가 사실을 조금 더 정확하게 짚어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가 있으면 늘 ’요즘 애들이 문제야‘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요즘 애들보다 요즘 어른들의 문해력이 더 떨어집니다. 그리고 요즘 애들이 한자를 몰라서 문제라거니 독서 안 하니까 문제라고 얘기 하거든요.
하지만 어른들이 독서 훨씬 안 합니다. 지표로 나타나요.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해력이 문제라고 얘기 하는데 우리 사회의 문해력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문해력 교육 필요한데 그 문해력 교육은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보다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논리적 구조가 허술한 기사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 키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더 우리가 짚어보는 것이 진짜 이런 논란을 통해서 우리가 생산적인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http://cms.jb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9373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허술한 기사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 키우는 게 더 중요" -
지난 8월 한 카페에서 공지문에 ‘심심한 사과’란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되었다. 일부 네티즌이 ‘심심한’이라는 단어 의미를 재미없다거나 지루하다의 의미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
www.jb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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