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소리
[장편소설] 각시붕어-축원기도(1) 본문
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한 달 간에 걸쳐 우물 주변 조사, 수질조사 등 조사를 실시했다. 모든 과학적 방법을 동원했다. 공동우물이 마른 원인을 찾아냈다.
면장이 부락사람들을 팽나무 밑에 모이게 했다. 일본에서 온 연구원들이 자세히 설명했다. 부락사람 모두가 이해를 했다. 각시붕어 태몽으로 벌어진 괴담은 해소되었다. 전처럼 화목한 부락이 되었다.
아기는 백옥 같은 피부에, 검은 눈썹과 오뚝한 코를 가졌다. 달덩이 같은 어여쁜 얼굴로 무럭무럭 자랐다. 다른 자식들과 달랐다. 아버지 김병만을 판박이처럼 꼭 닮아갔다. 행낭어멈이 아기를 업고, 마을 우물터로 바람을 쐬러 나왔다. 보는 사람들마다 “아기가 너무 예쁘게 생겼다.”고 칭찬을 쏟아 놨다. 서로 안아 보려고 했다.
김병만, 땀범벅이 된 채로 약을 지어다...
처음에는 아버지 김병만이 딸을 낳았다고, 부인 송화자를 구박했다. 아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 했다. 가끔 아무도 모르게 아기를 쳐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붕어빵처럼 자신을 빼다 박은 아기였다. 차츰차츰 예쁘고, 신기해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미소를 띤 얼굴로 손짓 했다. 다른 자식들보다 한층 더 예뻐 보였다. 김병만은 겉으로 표현은 않았다. 속으로 가장 예뻐하게 되었다.
가끔은 행낭어멈에게 “아기를 데려오라”고 했다. 주먹을 꼭 쥔 손을 잡아주며 놀아주었다. 용하다는 한약방에 갔다. 아기에게 좋다는 보약을 지어다 먹이기도 했다.
어느 날 깊은 밤중이었다. 아기가 잠을 자다 갑자기 깨어났다. 비명을 지르며, 공황상태를 보였다. 김병만은 초롱불을 밝혔다. 십 여리 떨어진 조성 역전 옆에 있는 “용하다는 한약방으로 약을 지으러가겠다”고 말했다. 막내 머슴 덕칠이가 “밤길이 어두우니 제가 대신 갔다 오겠습니다”고 말했다. 김병만은 이를 거절하고 혼자서 달려갔다. 땀범벅이 된 채로 약을 지어다 주었다.
송화자는 조금씩 마음이 놓여갔다. 시어머니에게 “아버지 김병만이 아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아기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엄마 목소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말을 배운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 어떤 신이 준 기재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언어 발달에 관해도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그러면서 “아기의 언어발달 및 정서의 발달은, 부모 혹은 양육자의 역할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키우면서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부모의 역할 중에 하나인, 아이의 손발 움직임이나 옹알거리는 목소리를 잘 살펴야한다.
아이의 문제를 될수록 빨리 알아차려야한다”고 했다. “아기가 과연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이의 언어 발달에 관해도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해 주었다.
즉 “1개월이 넘어서면, 아기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남이 하는 모습을 따라, 얼굴표정을 모방하며 빠르게 습득해 나간다.” 그리고 “젖병같이 친근한 물건이나, 부모같이 자주 대하는 사람을 보면 반응한다. 배고픔이나 아픈 통증에 처한 경우, 응알이 같은 다양한 억양 변화를 통해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
차츰 차츰 아기가 자라서 “맘마, 엄마, 아빠 등의 말을 배워서 말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애비가 아기를 더욱더 예뻐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시어머니의 설명을 듣던 중, 송화자가 오동통 하고 개구쟁이 같은 아기 모습을 닮은 꿀벌이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꿀벌”이란 시를 지어 읊었다.
꿀벌
꿀을 따러 가요
꿀을 따러 가요
꿀바구니 옆에 끼고
봄에는 유채꽃밭으로
여름에는 아카시아꽃으로
가을에는 가을꽃으로...
나도 한 마리 꿀벌 되어
어여쁜 꽃을 찾아
푸른 허공으로 날아간다
송화자는 태몽이 항상 마음에 걸려왔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에 “아이가 무사무탈 하게 잘 자라서, 좋은 신랑을 만나 행복하게 살게 해 주십사”하고 빌었다.
장독대 앞에 새로운 정화수와 하얀 쌀을 가져다 놓고, 관세음보살에게 빌었다. 다음에 집과 가족들을 지켜주는, 조앙신을 모셔놓은 부엌에 정화수를 놓고 빌었다.
추석날이나 사월 초파일, 보름날, 동짓날, 정월 초하루, 삼삼짓날 등 지상에 운기가 강해진다는 날이 왔다. 간단한 음식과 막걸리를 준비해 가지고 팽나무 밑으로 갔다.
아기 무사히 잘 자라서 백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을을 지키며, 돌봐준 오백 년이 된 팽나무 할머니에게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많은 복을 받게 해 주십사”하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아기가 무사히 잘 자라서 백일이 되었다. 현대처럼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다. 병원 같은 의료시설도 별로 없었다. 아기들의 어렸을 적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예전부터 아기가 백일동안을 무사히 넘기면, 잘 자란 것을 대견히 여기며 축하해 주는 풍습이 있었다. 부락사람들이 모여 성대한 잔치를 벌여, 축원 해주기도 했다.
김병만이 자기를 닮았다고 가장 예뻐하는, 5째 딸의 백일 날이 다가왔다. 보름 전부터, 덕촌부락에 사는 김해김씨 문중 어른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부락사람들의 가가호호를 방문해 인사드렸다. 모든 분들이 참석하여 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렸다.
예당, 벌교, 보성, 득량 등 다른 지역에 사는 일가, 친척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싸리골, 매실골 등 가까운 마을에 살면서, 평소 알고 지내거나 도움을 주었던 분들도 초청했다. 초청장 한 장 한 장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밤을 지새워 직접 썼다. 마지막에 연월일과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 참석하여 주도록 서신을 보냈다.
백일잔치를 7일 남겨 놓았다. 본격적인 음식 장만을 위해, 5일마다 서는 조성장을 보러갔다. 송화자는 머슴 3명과 행랑어멈 등을 데리고 갔다. 먼저 북어, 병어, 갈치, 도미, 서대, 등의 생선 류를 샀다. 이어서 꼬막, 바지락, 참게, 돌게, 칠게 등의 갑각류를 산후 낙지, 오징어, 문어, 쭈꾸미, 꼴뚜기 등 연체 류 들을 차례로 샀다.
정신 없는 선머슴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다음으로 잔치에 필요한 사과, 배, 감, 포도, 참외, 수박 등을 비롯한 과일을 샀다. 사탕, 캔디, 왕사탕, 센베이, 전병과자, 등의 과자류도 샀다. 그리고 시금치, 부추, 비름 등의 채소류를 샀다. 마지막으로 장터 입구에 있는 한복집으로 갔다. 아기에게 입힐 색동저고리, 빨간색으로 만든 예쁜 치마, 머리에 씌우는 모자 등을 샀다.
모처럼 많은 종류의 물건을 샀다. 장터 앞에는 손님들의 부탁이 있을 때, 마을 입구까지 짐을 실어다 주는 우마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마차주인은 장터로부터 마을까지의 거리, 부탁한 짐들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삯을 받았다. 송화자는 장터에서 구입한 물건을 우마차에 맡겼다. 나머지 짐들은, 머슴들이 지게위에 얹어온 소쿠리 모양의 발채위에 한가득 씩 나누어 졌다. 먼저 머슴들이 집을 향해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송화자와 행낭어멈은, 장을 한 바퀴 돌면서 추가로 물건을 샀다. 전을 붙일 때 사용하는 후라이팬, 국자, 냄비, 그릇, 주전자와 필요한 생필품 등을 샀다. 산 물건은 나누어, 대나무 광주리에 차곡차곡 쌓았다. 머리에 이고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은 조성장을 출발해, 500미터쯤 가면 기차가 다니는 조성역이 있었다. 역전광장에는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빨간 코스모스 꽃이 춤추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일본에서 가져다 심은, 커다란 아외나무가 서있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정신이 없는 선머슴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역전 뒤쪽에는 보성. 광주 방향으로 가는 상행선, 벌교. 순천 방향으로 가는 하행선 트럭이 다니는 넓은 도로가 있었다. 도로 위의 자갈밭 옆에는 파란색, 빨간색, 핑크색 등의 코스모스 꽃들이 피어있었다.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유혹의 몸짓을 보내고 있었다. 트럭들이 지나갈 때마다 뭉게구름처럼 뽀얗게 흙먼지가 솟아올랐다.
집으로 가는 길은 십 여리 길이었다. 길은 우마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이였다. 자갈과 모래가 깔려 있었다. 도로 주변 양옆으로는 개망초, 개비름, 닭의장풀, 독말풀, 광대나물, 가시박, 제기풀, 강아지풀, 애기똥풀 등 수많은 잡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커다란 누룩뱀 한 마리를 물고 둥지를 향해 황급히 날아
이러한 잡초들은 경작지로 침범했다. 넓은 논을 제집인양 누비고 돌아다녔다. 불필요하게 자라나, 농작물의 생육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 뽑아버리고 뽑아버려도 이곳저곳에서 틈만 있으면 비집고 나왔다. 마치 농부들과 시합을 하자는 악동들처럼 끊임없이 자라났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농부들이 여름 내내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넓게 펼쳐진 논에는 벼들의 수확이 끝나가고 있었다. 논바닥은 시어머니 얼굴의 주름처럼 잔금이 가 있었다. 군데군데 잘려나간 벼 포기 위로 부추처럼 생긴 새 순이 돋고 있었다. 땅에는 개구리, 메뚜기, 여치, 귀뚜라미가 한가롭게 뛰어 다녔다. 하늘에는 고추잠자리, 된장잠자리, 대잠자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있었다.

우물물처럼 파란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높이 떠있었다. 마을 뒤에는 봉두 산이 높이 솟아 있었다. 하얀 황새 떼들이 송림에서 둥지를 틀면서 살고 있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긴목을 내밀어 좌우 살피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황새들 중의 한 무리가 약속을 한 듯이 논바닥에 내려앉았다. 우렁이를 찾아 논바닥을 쪼아대기 시작했다. 다른 한 무리는 농수로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물이 거의 말라버린 농수로에는 피라미,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들이 살아남으려고 팔딱이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황새는 큰 날개를 퍼덕이며 재빠르게 날아왔다.
날아오자마자, 앉기도 전에 물고기를 낚아챘다. 마치 며칠을 굶은 비렁뱅이처럼, 앞 다투어 쪼아 먹기 시작했다. 어떤 한 마리는 무리를 이탈했다. 빠르게 저수지 쪽 풀밭으로 날아갔다. 커다란 누룩뱀 한 마리를 물고 둥지를 향해 황급히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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